2007년 7월 12일 목요일

[훈훈한 情]- ‘우렁각시’ 문상사 -

- ‘우렁각시’ 문상사 -
독거노인 찾아 몰래 허드렛일, 칠성부대 문창수씨

강원 화천지역 독거노인들과 장병들로부터 ‘우렁각시 문 상사’로
불리는 문창수(39) 상사의 미담이 부대 안팎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육군칠성부대 소속 문 상사는 중대 행정보급관이던 지난해 8월
당시 부대로 갓 전입해 복무부적응으로 고통받던 이준행(22) 상병을
친형처럼 돌봐왔다. 이 상병은 이 부대 전입전 주특기교육장에서
면회온 일가족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어머니, 누나를 잃었다.
이 상병 자신도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고 아버지 등
살아남은 가족도 중상을 입어 이 상병은 자책감으로
극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여 수시로 자살을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사정을 알게 된 문 상사는 이 상병이 민간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신속하게 조치하고 새벽기도 등을 통해 밤낮없이
이 상병과 동고동락하며 불안과 고통을 이겨나가도록 옆에서 지켜주는 등
이 상병의 ‘수호천사’ 역할을 했다. 특히 문 상사는 사고 후유증을 겪던
이 상병을 대신해 이 상병 아버지가 입원한 병실을 수시로 방문해 위로를 하고,
퇴원 뒤에도 이 상병 가족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절망을 이기고
군생활에 자신감과 활력을 얻도록 도와줬다.

문 상사가 ‘우렁각시’로 불리게 된 것은 4년전 화천지역내 10명의 독거노인들을
남몰래 돌보면서부터다. 문 상사는 2003년 화천군청 자원봉사센터 소개로
여름이면 독거노인들 집을 방문해 비가 새는 곳을 수리해주고 방충망을 달아주었으며,
겨울이면 보일러를 손봐주는 등 병약하고 외로운 노인들의 손발 노릇을 해왔다.

바쁜 부대 일 틈틈이 이들의 목욕을 도와드리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함께
나들이를 하는가 하면, 박봉을 쪼개 선풍기를 마련해줬다.
독거노인들은 외출하고 돌아오면 어느새 집안 곳곳이 말끔히 손질돼 있는 데다,
자신들의 청소,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해주고 말벗이 돼준 문 상사를
친자식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때부터 문 상사는 떡두꺼비 같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우렁각시’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칠성부대 대대장 박동규 중령은 “치밀하게 임무수행을 하면서도 병사들에게는
어버이같이 자상한 우렁각시 문 상사야말로 부사관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문 상사의 이같은 선행이 모든 간부의 귀감이 되도록 사단장 표창장을 수여했다.

-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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