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1일 수요일

[시론]- 바닥친 경기, 낙관은 이르다 -

[시론]

- 바닥친 경기, 낙관은 이르다 -




경기가 모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실물경제, 소비심리, 금융시장 등 ‘경제 3박자’가 청신호를 켜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표적인 실물경제 지표인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 중

전년 동기에 비해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6.3%)를 정점으로 한 경기하강 사이클의 바닥으로 해석된다.

가장 고무적인 현상은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내수부문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격이 비싼 데다 구매에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200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17.0%를 기록했다고 한다.

설비투자도 1분기 중 11.2%나 증가했다. 금융시장도 활기차기 이를 데 없다.

지난 6일 코스피지수는 연속 3일째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한 결과 1861.01로 장을 마쳤다.

소비심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2007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4.4%로 예측한 바 있다.

상반기 4.0%, 하반기 4.7%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으로

하반기로 가면서 회복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1분기에만 4.0%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니 올 한 해 성장률을 상향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를 간파한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지난해 말에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과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도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9%와 4.7%로 상향조정했다.

원유 등 원자재값 상승, 미국 경기의 위축, 중국의 이자율 인상 등 대외적인 불안요인과 함께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강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향조정폭이 그다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대선 정국 및

임기말에 따른 ‘짜깁기식’, ‘선심성’ 경제정책 등으로 모처럼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또 국제 유가와 미국 경제 경착륙 등 인위적으로는 손쓸 수 없을 만큼

대외변수가 악화될 경우 자칫 제자리걸음을 할 수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환율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는

원화가 30% 이상 고평가되어 있다고 분석했고 외환시장 분위기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출기업이 비명에 가까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은 최근 주요 수출기업 임원 간담회에서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수출선 전환과 수출단가 인상,

심지어 ‘밀어내기식’ 출혈수출 등 기업들이 ‘몸부림’에 가까운 적응노력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정책을 주문했다.

오는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콜금리 인상 여부와 그 폭도 주목거리 중의 하나이다.

물론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나,

국제적으로 원화의 수요를 늘려 자칫 원화 고평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상당수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가중시켜

겨우 되살아나는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대통령 임기말이라는 기회를 틈탄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그렇다.

재정경제부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대표적인 투자금융회사로 육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새 정권이 들어선 다음 발표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이다.

각 부처는 대통령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시점에서

경기 회복의 위험요인이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이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유류세 인하 등을 요구하는 여론을 적극 수용하고

수출 기업들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기 바란다.



황남준 객원논설위원

- 세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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