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고양이군을 만나다
- 詩 김행숙 님 -
어쩜 너는 고양이처럼 생겼구나. 죽은 고양이 미미,
죽은 고양이 샤샤, 죽은 고양이 쥬쥬, 저 골목과 함께 사라지면서
그림자가 되는 고양이 라라를 정말이지 군데군데 닮았어.
나는 고양이가 되려고 생선 한 마리를 물고 집을 뛰쳐나왓으니까,
야아옹 만세!
네가 아는 미미와 샤샤와 쥬쥬와 라라에 대해 애기해 줘.
그들의 독특한 취향과
보편성에 대해.
내 인생의 하루는 미미를 생각하며 울었어.
울면서 생각했어.
미미는 아파트먼트 같은 닭장을 실은 트럭에 깔려 납작해졌고,
그래서 내가 운다고 미미의 배가 불룩해지지 않는데,
내가 운다고 퍼얼펄 끓는 기름가마 속에서 닭들이 홰를 치지 않는데,
열세 번 열네 번 흘흑 운다고 운다고 부자가 되지 않는데,
질질 운다고 예뻐지지 않는데, 눈물은 허무해. 눈물은 너무해.
미미라면 울지 않았지.
미미는 뽐내듯 하품을 하는 순간에 가장 요염했지.
미미라면 이렇게 천천히 입을 오므리는 거야.
미미가 되고 싶어. 나는 또 샤샤와 쥬쥬와 라라가 되고 싶어.
나나도 좋고 레옹도
좋고 밍밍도 좋고 야아옹 만세!
고양이로서 실천할 수 있는 선행은 악행만큼 다양
하고 모호하고 고요하고 날카롭고 격렬하고 야아옹.
라라는 샤샤를 질투했어.
라라는 방울을 달고 서커스단을 따라갔고,
샤샤는 푸른 연기로 변했다고 알려졌지.
불꽃 속에서 샤샤는 고양이들의 전설이 되었고,
나는 샤샤가 무서워. 샤샤를 질투하는 라라는 더 무서워.
샤샤를 화려하게 감쌌던 화염은 어느 날 내가 꼭 입고 싶은 외투였어.
샤샤는 열여덟 번 열아홉 번 모양을 바꾸지.
네게 죽은 고양이 쥬쥬는 떠오르지 않는군. 쥬쥬는, 쥬쥬는,
네 입술을 간질일
뿐, 그런 고양이는 불멸의 이름이야.
그들은 희미하게 사라졌기 때문이지. 야아
옹 만세! 그럼 안녕.
어느 날 나는 고양이로서 샤샤를 닮은 아가씨를 스쳐갔다네.
- 서정시학 200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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