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저녁
- 詩 김용옥 님 -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문을 열고 나서면
뾰족한 첨탑 끝에 와
얼어붙은 흐린 바람.
아픔마저도 잊고 지낸 날.
경부가도 지나
잡목림 너머
희미하게 슬리는 낮달,
나직한 언덕으로도
늘 초조히
기다리던 것들은
오지 않는다.
나무 사이의 간격이
선명히 떠오르는
어스름 사이로
선회하는 겨울 철새의
낮은 울음에 맞서
등이 굽은
우리 뒷모습이
지워지고 있었다.
기다림보다
먼저
윤곽을 지우며 오는
어둠에
우리의 관계가
묻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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