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 [詩와 함께...] 동무 생각 -

동무 생각

- 서봉석 -


제 아내 얼굴 주름보다
멀쩡한 내 아내 걱정 먼저 하고

어린 제 자식 생각보다
다 큰 내 자식 소식을 묻데.

박 한 덩이 잘 익히자면
무거워 울상이 되는 제 초가 지붕보다
멀쩡한 내 집
장마에 무사할까 걱정하고

험한 산길 돌아 속초 올라가면서
산 아래 평지로 가는 내가 못 믿어
가다 말고 돌아서 어서 어서 손 저으며

흰 머리도 남지 않은 제 민 대머리보다
겨우 희끗희끗한 내 머리칼 섧다고
고갯길에서
그렁그렁 흔들리고 있네

산속 한철은
한 없이 깊어
산 밖은 모르고 사는 풀 냄새에
옹알이 하는 바람을
그냥 풋풋한 채로, 주섬
주섬 챙겨 다가
서울 하늘에 널어놓았더니
가뭄에 말라버린 마음 한쪽이
산 빛처럼 싱그러워 지네.

지금도
긴 한발에
농사하는 저 보다도
농사 없는 나를 더 걱정하기에
깊게 허물어진
얼굴주름 골 더 깊게
산 넘어 멀리
서울 쪽 기웃거리며
한 숨 길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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