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9일 금요일

[보고싶은책]- 핫스팟(HOT SPOT) -

이 책은 기업 내부에서
협력을 촉진하는 방법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BP, 노키아 등 유명 대기업의 실사례를 통해

자발적인 협력체제의 출현을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기업 차원에서 부서간 협력을 촉진하는 것은

점점 더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국내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서구식 성과주의를 급격하게 도입하면서
종래의 끈끈하던 상호협력 문화나

조직력이 일부 훼손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성과급/연봉제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본고장인 서구 기업이

어떻게 협력의 기풍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달성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 열정의 지대, 핫스팟

뱀은 눈 사이와 입술 주변에 열 감지 센서가 있어서
시야가 가리워진 곳에서도 사냥감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이 센서는 뜨거운 곳은 주홍색으로,
차가운 곳은 파란 색으로 시각화한다.

이러한 열 감지 센서를 수많은 기업 조직에 갖다 대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 청색이 지배하는 가운데

군데군데 주홍빛으로 빛나는 열정의 지대가 나타날 것이다.
그곳이 바로 소위 “핫스팟”이다.

핫스팟이란 구성원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모두가 공감하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는 조직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은 어떠한 조건들이 구비될 때,
조직 내에 이러한 핫스팟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열정의 지대’와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저자는 ‘얼음 지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얼음지대란 열정이 사라지고
구성원 간에 협력보다는 경쟁과 견제가 난무하며,

작은 협력 하나를 위해서도 복잡한 사전 조율과
실행을 보장하기 위한 계약 등 거래비용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거래비용이 높다는 것은 신뢰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상태에서는 정보나 자원이 원활하게 교류되지 못하고

구성원 간에 방어행동이 우세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원활한 협력과 시너지의 창출이 어렵다는 것은 당연하다.

본래 조직이란 따로 따로 일해서 얻은 성과를 합하는 것보다
함께 모여 일해서 얻은 성과가 더 클 때 존립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노동 분업에 의한 것이든, 관리상 효율에 의한 것이든
함께 일하는 효과가 없다면 애초에 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다.

과거에는 철저한 직무의 세분화와
자기 과업에의 몰두, 내부경쟁 등이 더 중요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밀접한 상호작용, 팀웍 등
협력과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책은 적극적으로 내부 경쟁을 비판하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협력과 경쟁”이라는 제목의 한 강의에서
“미래 기업경영은 경쟁이 아니라 팀웍에 달려 있다.

(The future of business, ‘Not competition,
Foster Teamwork’ in your company.)”라고 단언한다.

남을 이기려는 내부 경쟁에서는
오히려 열정이 식는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것은 최근 종업원의 자발적 몰입을 강조하는
경영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기도 하다.

태양의 서커스로 유명한 서커스단
서크듀솔레이를 소재로 한 책 “스파크”에서도

“개인기보다는 팀웍이 중요하다”,
“고립된 순간 창조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관계의 질을 높여라.

저자는 조직이란 관계의 그물이며
이 그물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또 촘촘하게 짜여지느냐가

기업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한다.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는 에너지가 소요되는 활동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인접성에 따라 자기에게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먼 사람과는 소원해지게 된다.

본서에서 제시하는 핫스팟의 사례는
대부분 지리적 장벽을 뛰어넘은 글로벌 협력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BP의 경우 베네수엘라 지사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폴란드 지사를 부활시키는 사례가 제시되고 있으며,

노키아의 경우 핀란드팀이
중국 지사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무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의 조직과 긴밀한 협력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이러한 약한 관계(weak tie)를
어떻게 활발하게 지식과 역량을 교환하는 생산적인 관계로

탈바꿈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곧 관계의 그물을 넓히고 또 세밀하게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소위 경계해제자(boundary-spanner)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물리적 거리, 시간적 리듬의 차이, 사고방식/가치관의 차이 등

구성원이 서로 긴밀한 유대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수많은 경계들이 조직 내에는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계를 어떻게 허물고 조직 내에 서로 소원하던 구성원들이
진정한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가장 깊은 속내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고민을 공유하고, 비장의 무기를 털어놓게 할 것인가.

단순히 사람들이 친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생산적인 우정, 얼마나 창조적인 신뢰를 구현할 것인가가 문제다.

저자는 협력적 마인드, 경계해제자, 점화목적, 생산적 프로세스의
네 가지 요소를 얘기하고 있다.



① 협력 마인드

우선 구성원들이 협력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고
조직 전체에 협력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경쟁의 언어가 난무하는 조직은 이미 첫 단추가 잘못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조직에서는,

독불장군형의 인재는 아무리 단기 실적이 탁월해도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골드만삭스는 모든 사내 공식 문서에서
‘나’라는 표현을 억제하고 ‘우리’라는 표현을 쓰도록 권장한다.

채용과정에서부터 비협조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주의 깊게 걸러진다.
조직간 경쟁도 마찬가지다.

BP는 상호 지원(peer assist)이라는 프로그램 하에
유사한 사업부들을 한 단위로 묶고,

경영성과 우수 3개 사업부는
하위 3개 사업부의 실적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나 혼자 잘 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나눠주어 뒤처지는 사업부를 끌어주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협력의 기풍이 조직 내에 갖춰져 있지 않으면
열정의 지대는 나타날 수 없다.



② 경계해제자

한 대학생이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할 때 가장 친해지는 친구는 누구일까.
룸메이트나 가까운 옆방의 학생이 될 가능성이 단연 높다.

이것은 친구의 개인적 속성보다는
‘거리’와 접촉의 빈도가 그만큼 관계 형성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은 모든 구성원간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우정의 관계가 그만큼 확산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사용자 간에 통역이 있어야 하듯이,
이질적인 두 집단 모두를 이해하고

이들을 소통시킬 수 있는 경계해제자가 조직에는 필요하다.
경영자 스스로가 이러한 경계해제자로서

이질적인 집단의 친교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또는 업무 로테이션, 모듈 조직을 통한

조직간 연계의 활성화, 외부와의 협력 강화 등도
경계를 완화시키는데 유용하게 작용한다.



③ 점화목적

아무리 협력적 기풍이 강화되고 경계가 완화되어도
그것만으로는 핫스팟이 저절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다만 초록색의 미지근한 상태이다.
여기에 불을 붙이려면 화룡점정을 할 수 있는

‘점화목적’이 필요하다.
이것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고,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목표를 제공함으로써
협력의 에너지가 일시에 집중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자는 매력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핫스팟을 점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매력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점화목적의 예로는
리눅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리눅스의 초기 개척자들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의 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에 강한 자극을 받았다.

그것은 기존의 접근을 뛰어넘는 발상이었으며,
보다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목표이기도 하였다.

이는 순수한 젊은이들의 열정을
점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④ 생산적 프로세스

핫스팟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한번 점화되면 지속성을 발휘하고
최종적인 가치를 발휘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조직 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저자는 핫스팟을 위한 프로세스는
탁월한 기업 프로세스의 무비판적 수용보다는,

회사의 개성과 특징이 반영된
고유의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회사의 운영은 기계적인 것이 아니며,
구성원간의 친분, 관계, 독자적인 문화 등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우수한 회사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잘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종합예술로서의 핫스팟

핫스팟은 하나의 경영기법이 아니다.
적절한 몇 가지 방법을 써서 핫스팟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마치 열을 가하면 물이 끓듯이 단순한 것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모든 요소,

협력적인 사람, 협력적인 문화,
도전을 자극하는 목적,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프로세스가
모두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발생하는 복잡한 현상이다.

마치 하나의 예술 공연이 예술가와
각종 스탭의 지원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손을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버튼을 눌러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처럼 할 수는 없어도

핫스팟에 우호적인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열정을 점화할 목표의 등장을 적극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비옥한 풍토를 조성하고 세심한 관리를 통해
곡식이 성장하고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농부의 자세와도 유사하다.



■ 핫스팟에 적합한 리더십

따라서 앞에서 끌고 나가는 리더십과는
다른 종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같이 ‘점화 질문’을 던지는 리더십,
그리고 우정창조자로서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정답을 이미 가지고 부하들의 추종을 요구하는 것은
진정한 열정을 끌어낼 수 없다.

오히려 창의성을 자극하는 질문을 통해 부하의 탐구심과
또 “자신만의 해답”을 추구한다는 주인의식을 끌어낼 수 있다.

이것은 마이클 마쿼트(Michael J. Marquardt)의
「질문 리더십」이라는 책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정답을 자꾸 제시함으로써
수동적인 팔로우십(followship)을 고착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더가 부하들 사이에서
우정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은 신선하게 들린다.

오길비원의 경영자인 로리 서덜랜드는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정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행했던 시대의 독재적 지도자는 부하들 간의 내부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하 간에 응집력이 생기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기업에서 조직이 서로 친밀한 집단이 되는 것은
창의적 혁신이나 지속적 고성과를 올리기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리더십은
소프트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단계6의 리더십,
뒤에서 리드하기(Leading from behind) 등

최근의 리더십 경향과 일맥상통한다.
리더와 부하와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끌고 가기’에서 ‘함께 가기’ 또는 ‘도와주기’로
성격이 변화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서의 핵심적 메시지는 열정의 근원이
구성원 간의 협력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이 자본주의의 미덕이자
최고의 무기라거나,

세상은 전쟁터이고 약육강식이 유일한 룰이라고 들어온
우리에게 이것은 다소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점차 경쟁 성향보다 협력 성향이
더 탁월한 성과를 올린다는 논의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적자생존의 원조인 진화론조차 최근 종간 협력의 효과를 강조하는
공진화(co-evolution)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경쟁우위(competitve advantage)라는 말에 대하여
협력우위(collaborative advantage)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열정과 창의성의 발휘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제 협력이라는 키워드에 눈을 돌려야 하며

이 책으로부터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환 수석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핫스팟(HOT SPOT)
(린다 그래튼, 2008, Hardcover, 305P)


목차

- 지은이의 글 : 핫스팟, 창조 에너지와 혁신의 시공간
- 들어가며 : 핫스팟은 스스로 출현한다


제1장 차별화된 에너지를 창출하라

Hot spot 1. 협력적 사고방식 / Hot spot 2. 경계 해제
/Hot spot 3. 점화 목적 / Hot spot 4. 생산적 능력 /

핫스팟을 촉진하는 잠재적 지렛대 / 자사만의 독특한 프로세스


제2장 핫스팟은 기업의 생존 열쇠다

베네수엘라의 일출 : 폴란드 지사를 부활시킨 BP /
베네수엘라의 정오 : 아시아를 점령한 노키아 /
런던의 초저녁 : 합병에 성공한 오길비원 /
싱가포르의 새벽 : 오픈소스의 리눅스 /

얼음지대로의 쇠락 : 경쟁을 유도한 DEC


제3장 개인이 아닌 구성원이 되게 하라

드러나지 않는 기업의 불문율 / 핫스팟이 얼음지대로 변하는 사이클 /
협력적 사고방식을 유도하는 기본전제 /
핫스팟을 만드는 환경과 프로세스 / 신뢰와 상호의존 규범의 역할


제4장 관계의 그물을 확장하라

핫스팟에 존재하는 네트워크 관계 / 경계선의 복잡화 /
경계선 사이의 장벽 / 장벽 1 : 거리의 장벽 / 장벽 2 : 차이의 장벽 /
장벽 3 : 집단 구분의 장벽 / 경계선을 넘는 협력 /
의미있는 대화를 통한 경계 해제 / 경계 해제자를 통한 유대감 형성 /
경계 해제를 위한 경영자의 역할 / 관계의 그물을 확장시킨 노키아


제5장 목표를 즐기게 하라

점화비전 : 조직이 나아갈 방향 / 점화 질문 : 비전을 향한 자극제 /
점화 과업 : 잠재력을 발휘할 과제 /
점화 목적이 실패할 때 : 매너리즘의 등장 /
오류를 인정하는 열린대화 / 꺼지지 않는 점화 목적


제6장 핫스팟을 위한 최상의 프로세스

생산성을 높이는 5가지 핵심프로세스 /
프로세스 1 : 재능 평가 /
프로세스 2 : 약속하기 /
프로세스 3 : 갈등 해결 /
프로세스 4 : 동일한 시간감각 /
프로세스 5 : 리듬확립


제7장 핫스팟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

소크라테스로서의 리더 /
우정 창조자로서의 리더 /
프로세스 설계자로서의 리더 /
핫스팟의 유효기간 /
새로운 연료의 주입


제8장 핫스팟의 무대를 설계하라

핫스팟으로 가는 조직 설계의 5단계 /
단계 1 : 핫스팟 발견하기 /
단계 2 : 시스템 매핑하기 /
단계 3 : 사업 목표에 연결하기 /
단계 4 : 잠재적인 지렛대 작용점 식별하기 /
단계 5 : 행동에 옮기기


부록
A 핫스팟 창조를 위한 연구자료
B 핫스팟 연구의 배경학문
C 핫스팟 연구의 방법론


http://www.seri.org/
UPF 참고; 핫스팟(HOT SPOTS) : 창조 에너지가 넘치는 혁신의 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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